최근 편집
최근 토론
게시판 메인
도구
투표
무작위 문서
스킨 설정
파일 올리기
기타 도구
216.73.216.65
IP
사용자 도구
사용자 설정
로그인
회원 가입
최근 편집
최근 토론
돌아가기
삭제
이동
파일 올리기
복거일
(편집) (6)
(편집 필터 규칙)
3937,5556
==== 세계주의적 국제어론 ==== 복거일의 영어공용어론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복거일이 영어를 ‘제국의 언어’가 아닌 ‘국제어’로 본다는 점이다. 즉 복거일의 주장에 따르면 오늘날의 영어는 19세기 대영제국 시대의 영어와 다르다. 당시의 영어가 제국 내부, 혹은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소통을 위한 제국어(帝國語)였다면, 오늘날의 영어는 1세계 영어권 국가와 비영어권 국가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비영어권 국가간의 소통에도 사용되는 국제어(國際語)이다. 즉, 그가 보기에 영어가 가진 국제어로서의 힘은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복거일, 「언어 시장의 자유화」, 『수성의 옹호』, 문학과지성사, 2010, 116면.] 예를 들자면 중국어는 제2언어로서의 지분을 갖지 못했기에 국제어로서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영어가 국제어로 된 것은 자연적 현상”이며, “영어는 조만간 국제어에서 발전하여 세계어로 자리 잡을 것이다.”[* 복거일, 「문학의 진화와 확산」, 『수성의 옹호』, 문학과지성사, 2010, 103면.] 복거일의 주장은 제1세계의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되는 영어의 도입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메이지 초기 모리 아리노리에 의해 주장되었던 간이 영어론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그보다는 모리의 서신 상대자였던 휘트니의 제안과 맞닿는다. 모리의 간이 영어론에 대해 휘트니는 차라리 완전한 영어를 수입하여 영어/일본어의 이중 언어 체제를 이루는 게 낫다고 했던 것이다.[* 이연숙 저, 고영진․임경화 역, 「국어 이전의 일본어」, 『국어라는 사상: 근대 일본의 언어 인식』, 소명출판, 2006, 31면.] 그러나 복거일의 영어공용어론은 이중 언어 체제도 부정한다는 점에서 휘트니의 제안과도 다르다. 적어도 휘트니는 민족어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민족어가 누리는 공용어의 위치를 국제어가 대신하게 해야 한다는 복거일의 주장은 진화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일종의 언어진화론에 기반을 둔다. 그에 따르면 국제어가 민족어를 대체하는 상황은 자연 도태와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복거일, 위의 글, 102면.] “영어가 모든 사회들에서 공용어로 쓰이게 되면, 언어의 장벽으로 보호된 조그맣고 비효율적인 문학 시장들은 하나의 커다란 범지구적 시장이 될 것”이며, 도태되는 민족어에 집착하는 자는 ‘박물관 언어’만을 가지리라는 것이다.[* 복거일, 위의 글, 104~105면.] 사실 복거일의 주장에 일말의 합리성조차 없지는 않다. 폐쇄된 사회에서의 폐쇄된 언어로 담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는 그의 지론에서 발전된 영어 공용화론은 실상 근대 국민 국가의 소속원들을 국경 안으로 가두지 말고 국경 너머와 접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상에 대해 민족주의적 분노로 대응하는 것은 그리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복거일의 영어공용어론이 공격하는 대상이야말로 바로 그런 민족주의적 분노이기 때문이다. 복거일은 영어 도입을 통해 한국인이 잃을 것은 감정적 손실일 뿐이라고, 약간은 자신의 반대자들을 조롱하는 어조로 말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복거일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적 분노로 접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임시 저장)
(임시 저장 불러오기)
기본값
모나코 에디터
normal
namumark
namumark_beta
macromark
markdown
custom
raw
(↪️)
(💎)
(🛠️)
(추가)
==== 세계주의적 국제어론 ==== 복거일의 영어공용어론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복거일이 영어를 ‘제국의 언어’가 아닌 ‘국제어’로 본다는 점이다. 즉 복거일의 주장에 따르면 오늘날의 영어는 19세기 대영제국 시대의 영어와 다르다. 당시의 영어가 제국 내부, 혹은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소통을 위한 제국어(帝國語)였다면, 오늘날의 영어는 1세계 영어권 국가와 비영어권 국가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비영어권 국가간의 소통에도 사용되는 국제어(國際語)이다. 즉, 그가 보기에 영어가 가진 국제어로서의 힘은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복거일, 「언어 시장의 자유화」, 『수성의 옹호』, 문학과지성사, 2010, 116면.] 예를 들자면 중국어는 제2언어로서의 지분을 갖지 못했기에 국제어로서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영어가 국제어로 된 것은 자연적 현상”이며, “영어는 조만간 국제어에서 발전하여 세계어로 자리 잡을 것이다.”[* 복거일, 「문학의 진화와 확산」, 『수성의 옹호』, 문학과지성사, 2010, 103면.] 복거일의 주장은 제1세계의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되는 영어의 도입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메이지 초기 모리 아리노리에 의해 주장되었던 간이 영어론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그보다는 모리의 서신 상대자였던 휘트니의 제안과 맞닿는다. 모리의 간이 영어론에 대해 휘트니는 차라리 완전한 영어를 수입하여 영어/일본어의 이중 언어 체제를 이루는 게 낫다고 했던 것이다.[* 이연숙 저, 고영진․임경화 역, 「국어 이전의 일본어」, 『국어라는 사상: 근대 일본의 언어 인식』, 소명출판, 2006, 31면.] 그러나 복거일의 영어공용어론은 이중 언어 체제도 부정한다는 점에서 휘트니의 제안과도 다르다. 적어도 휘트니는 민족어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민족어가 누리는 공용어의 위치를 국제어가 대신하게 해야 한다는 복거일의 주장은 진화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일종의 언어진화론에 기반을 둔다. 그에 따르면 국제어가 민족어를 대체하는 상황은 자연 도태와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복거일, 위의 글, 102면.] “영어가 모든 사회들에서 공용어로 쓰이게 되면, 언어의 장벽으로 보호된 조그맣고 비효율적인 문학 시장들은 하나의 커다란 범지구적 시장이 될 것”이며, 도태되는 민족어에 집착하는 자는 ‘박물관 언어’만을 가지리라는 것이다.[* 복거일, 위의 글, 104~105면.] 사실 복거일의 주장에 일말의 합리성조차 없지는 않다. 폐쇄된 사회에서의 폐쇄된 언어로 담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는 그의 지론에서 발전된 영어 공용화론은 실상 근대 국민 국가의 소속원들을 국경 안으로 가두지 말고 국경 너머와 접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상에 대해 민족주의적 분노로 대응하는 것은 그리 타당해보이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복거일의 영어공용어론이 공격하는 대상이야말로 바로 그런 민족주의적 분노이기 때문이다. 복거일은 영어 도입을 통해 한국인이 잃을 것은 감정적 손실일 뿐이라고, 약간은 자신의 반대자들을 조롱하는 어조로 말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복거일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적 분노로 접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비로그인 상태입니다. 편집한 내용을 저장하면 지금 접속한 IP가 기록됩니다.
편집을 전송하면 당신은 이 문서의 기여자로서 본인이 작성한 내용이
CC BY 4.0
에 따라 배포되고, 기여한 문서의 하이퍼링크나 URL로 저작자 표시가 충분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전송
미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