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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큘리스의 슬픔

최근 수정 시각 : 2023-09-03 02:12:31 | 조회수 : 7

하이텔 사용자 noriko7(이응석)이 쓴 연재 코미디 소설(?). 연재유머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며, 작가의 글빨과 유머 센스가 매우 좋아 아직도 가끔 회자된다. 당시 컴퓨터 문화나 1992년 대한민국의 시대상(5공 청문회, 서태지 등)이 상당히 자세하게 담겨 있다. 그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어려울 수 있다.

목차

1. 1화
2. 비평
3. 작가 이응석
4. 외부

1. 1화

  • 개행은 VT220의 화면 규격 상 한 화면에 80행 25열로 표시되던 걸 미리 알고 보는 게 좋다.
  • 주석 : 사용자:Ahnkoon

옛날에 이준혁이라는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는 쓸데없이 덩치만 크고 멍청하고 난잡한 사생활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에겐 친구복이 있었습니다.이지적이고 매사에 성실한
이 응석이라는 좋은 친구를 뒀습니다. 하루는..이준혁이 그 친구집에
가서 그 친구가 컴앞에서 무슨 게임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게임은 디지타이즈된 그래픽에 엄청난 사운드를 지원하는 어드벤쳐 게임이 었
습니다.. 이준혁은 그 게임을 보고 그만 뿅갔습니다..
" 나도 이것을 카피해주라...흐흐흐 "
마음씨 좋은 친구는 기꺼이 자기 디스켓을 포맷해서 그친구에게 자그마치
2HD 8 장을 카피(1)해주며
" 하드에 인스톨 시킨다음에 해라 " 라고 친절을 잊지 않았습니다.
" 물론이지 내가 컴퓨터를 1-2 년했니..병신아 " 이렇게 말하고선
즐거운 마음으로 메뉴얼을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게임을 디스켓에 넣고 " 인스톨 시켜 볼까 " 하는 찰나..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그에겐 하드 디스크가 없었던 것입니다.(2)
2HD 도 안돌아가는(3) 거지같은 10 MHZ 속도에다가 이름은 멋있는.....
현대 슈퍼 16-E(4) 이었습니다...디스켓이 안돌아가자..
" 어 !..이상하다 현대 슈퍼 16-E 는 좋은 컴퓨터인데.."
그는..순간 대단한 아이디어가 떠 올랐습니다..
" 하하하 !!!! 나에겐 SIMCGA.COM(5) 이 있지...하하 문제 없다.":
그는 모든 게임을 SIMCGA 로 했기때문에 모든게 다되는 프로그램인지
알았습니다..즐거운 마음으로 simcga 를 입력하고 엔터를 쳤습니다..
그래도 인스톨은 되지 않았습니다..
" 이 녀석 바이러스를 옮겼잖아!!!!! "
그는 당장 그 이지적인 친구들 전화통에 대고 호통쳤습니다..
" 너 이런 프로그램을 나에게 줘도 되??? 당장와서 고쳐내..."
그 착한 친구는 먼길을 마다하고 버스를 타고 뛰어왔습니다..
" 무슨일이야??..내 컴에서 돌아가는 거 봤잖아!! "
이준혁은 비웃으며 " 날 속이려 들지마 바이러스지?? "
친구는 컴퓨터를 살펴보더니...
" 이거 허큘레스(6) 에다가 XT(7) 잖아...그러니까 VGA 용이 돌아가니??"
이준혁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 난 SIMCGA 가 있어..감히 누굴 속이려고..."
친구는 SIMCGA 와 바이러스와 VGA 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 했습니다..
이준혁은 SIMCGA 는 모든게 다되는 최강의 프로그렘으로 알았던것입니다.
" 아직도 이런 컴퓨터쓰는 애가 있구나 쯧쯧...내가 허큘레스용 프로그램이나 복
사해줄까?. "
이준혁은 소리지르며.....
"됐어 ! 당장 꺼져..!!! "
하고는 3일밤을 이불을 뒤집어 쓰며 울었습니다..
그후...
이준혁은 컴퓨터를 키고 SIMCGA 를 치고 엔터를 치는 순간...
언제나 흐느끼면서 고통스런 모습으로 엔터를 쳤다고 하는 전설이
내려 옵니다..

2. 비평

유머 소설이지만 여러가지 생각할 점들이 많이 있다. 이미 32비트를 쓸 사람들은 쓰고 있었던 1992년, 대한민국 정부는 80년대 초에 나온 XT를 교육용 PC 보급이라며 떨이로 풀었고, 이런 시대착오적인 정책이 소설의 이준혁 같은 과도기의 피해자를 만들기도 했다. 이준혁이 자신의 현대 슈퍼 16을, 부모님이 사오신 최신형 컴퓨터로 알고있는 대목에서 이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이미 구입을 만류하고 아버지에게 286 이상을 조르고 있었을 테지만, 어울릴 친구도, 정보도 없는 이준혁이에게 아빠가 사준 현대 슈퍼 16-E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것이였다. 그러나 하드도 없고, 디스켓도 제대로 안 돌아가는 컴퓨터에, CGA 로 돌아가는 게임을, SIMCGA로 돌리면 될 줄 알고 기대했다가 실망과 분노를 하며 이응석을 탓하자, 이응석은 침착하게 이준혁의 현실을 인지시켜준다. 이 때 이준혁이 무너지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 이준혁이 무너질 때의 감정은 복합적인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남들보다 한참 똥 꾸진 똥컴을 기업과 정부에게 호구당해서 쓰고 있다는, 당시 정보 획득이 불리한 개인의 현실을 자각하고 느끼는 좌절감이 있겠으나,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감정선은 이준혁 자신의 컴맹 수준이 들켰다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다. 분명히 이응석은 디스켓의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복사해서 실행하라고 했지만, 이준혁은 하드 디스크도 없는 컴퓨터를 쓰면서도 '내가 컴퓨터 하루이틀 쓰냐' 라며 게임을 실행해 볼 기대와 함께 자신의 컴퓨터 실력에 대해 자신한 것이다. 이렇듯, 이준혁은 완전 컴맹이지만 애써 그것을 숨기고 남들 컴퓨터 얘기 마다 끼어서 아는 척을 하다가 쥐뿔도 없다는 것이 들통나고 개털리는 내러티브가 매 후속 에피소드 마다 계속 나온다.

3. 작가 이응석

이후 2000년대엔 본인 여자친구와의 커플사이트에 올린 김성모 드립이 최초의 김성모 드립으로 평가된다. 이후 NC소프트 영업 팀장으로 있다가, 나중에 imc 게임즈로 간 후, 비운의 대작인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제작. 어렸을 때 싱가포르에서 공부했었기 때문에 영어, 중국어 등을 할 수 있었기에 한빛소프트에서 중국 영업을 하다가 후에 연이 닿아 싱가포르로 진출, 그 후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 전역 게임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산업인이 되었다. #

4. 외부


(1) 인텔 286 부터 쓴 3.5인치 양면 고밀도 플로피 디스크. 장 당 용량은 1.44MB. 현대인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 디스켓이다.
(2) 지금은 BIOS 부터 OS가 설치된 하드 드라이브에서 OS를 불러와 부팅하는 게 상식이지만 하드 없이 디스켓으로 부팅해서 다른 디스켓으로 게임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 보통 디스켓 슬롯이 2개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하드 드라이브가 없으면 똥컴이였음을 알 수 있다.
(3) 286 이전 컴퓨터라는 것이다. 286이 달린 IBM AT기종은 1984년에 나왔고, 작중 시대배경은 1992년이다.
(4) 현대전자에서 만든, 후술할 IBM XT의 호환기종. 당시 가격은 40만원 이하로, 1990년대 초반에 교육용 PC 보급 정책으로 저렴하게 보급되었다. 인내심을 기르는 인성 교육은 되는 것으로.. #
(5) CGA 그래픽(16색 중 4색 동시 출력) 소프트웨어를, 후술할 허큘리스(단색)의 사양으로 에뮬레이트 하는 소프트웨어.
(6)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 640x400급 해상도, 텍스트 80x25 출력, 단색 #
(7) 원래는 IBM이 자기네 상표를 달고 파는 완제품 PC, 1992년의 한국에선 인텔 8088 CPU가 달린 보급형 교육용 PC를 일컫는다. 1990년대 초반에 국가정책으로 한국에서 저렴하게 보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