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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새턴

최근 수정 시각 : 2023-03-17 00:06:34 | 조회수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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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새턴
외부:https://i.imgur.com/WrjBR8H.jpg
일본어セガサターン
영어Sega Saturn
통칭새턴
약칭SS
세대5세대
개발사세가
발매1994년 11월 22일
매체CD-ROM, CD-G, 비디오CD(옵션)
저장매체배터리 백업메모리(32KB), EEPROM 백업팩
호환기기하이새턴, V새턴
CPU히타치 SH-2 * 2개
메인 메모리1MB SDRAM, 1MB DRAM
비디오 메모리512KB SDRAM(3D그래픽메모리)
512KB SDRAM(2D그래픽메모리)
256KB*2 SDRAM(프레임버퍼)
4KB SRAM (컬러팔레트)
사운드 메모리512KB DRAM
그래픽칩새턴 VDP1, 새턴 VDP2
해상도최대 704*480
색상24bit (1670만 컬러)
화면 출력컴포지트, S-VIDEO, RGB케이블, RF케이블
사운드칩모토롤라 68EC000, 야마하 YMF292
음원PCM, FM, 32채널
음원 출력16bit, 2채널, 스테레오
매체 스펙2배속 CD-ROM, 512KB 버퍼메모리
온라인 지원세가 넷링크, XBAND
온라인 플랫폼세가넷
전원자체전원
컨트롤러유선 전용포트 2개, 유선 6포트 확장 터미널(별매)
확장슬롯카트리지 슬롯 1개, MPEG카드 슬롯 1개, 다이렉트 링크 1개
에뮬레이터SSF

세가 새턴은 세가 (SEGA)에서 1994년 11월 22일 발매한 32비트 게임기의 명칭으로, 통칭해서 ‘새턴’으로 불리운다. 게임기의 명칭인 새턴(Saturn)은 토성을 지칭하는 영어에서 따온 것으로, 일본식 표기는 セガサターン(세가 사탄)이 된다. 이름 때문에 망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발음상으로 좀 괴악한 면이 없잖아 있다.

세가 게임기의 가장 세가다운 색이 강한 게임기였고, 동시에 타 서드파티들을 가장 많이 끌어들인 게임기이기도 했으나, 모든 게임기를 통털어서 가장 게임 개발하기 어려운 게임기라고 불리우는 기기이기도 하다. 마스터시스템 이후로 세가 게임기의 전통이었던 검정색을 탈피해 회색 기준으로 발매된 기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특히 미국 등지에서는 일본에서 발매된 기기 색이 검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도취급 하는 세가 팬도 있을 정도다.

거의 동일한 스펙으로 제작된 호환 아케이드 보드인 ST-V라는 보드를 함께 개발해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해 가정용으로 큰 손을 들이지 않고 이식성을 높인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메가드라이브(メガドライブ, Megadrive) 시절에 비해서 진일보한 자세를 취한 세가였으나, 여러모로 자충수와 외부의 타이밍이 좋지 않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에서 실패, 결국 경쟁 기종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1에 패배해 무너지고 말았다.

목차

1. 상세
2. 특징
2.1. 연령제한 자율화
2.2. 내장 시계
2.3. 멀티미디어 기능
2.4. 복제방지 기능
2.5. 네트워크 대응 게임 등장
2.5.1. 다이렉트 링크
2.5.2. 세가 넷링크
3. 스펙
4. 개발과정
4.1. 하드웨어
4.2. 소프트웨어
5. 문제점
5.1. 하위호환 포기
5.2. 그래픽
5.3. 사운드 압축
5.4. 슬롯 인식
6. 호환기종
6.1. ST-V
6.2. 빅터 V-새턴
6.3. 히타치 하이새턴
6.4. 삼성 새턴

1. 상세

세가의 5세대 가정용 게임기인 새턴은 메가드라이브(メガドライブ, Megadrive)와 메가시디 (MEGA-CD, メガCD)에서 쌓은 노하우와 오락실 기기에서 쌓은 기술을 총집합해서 만든 게임기…가 될 예정이었던 기기이다. 그러나 태어나기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정말 장편 대하서사시 한편을 뽑을만한 골치아픈 과정을 거쳤다. (자세한 사항은 개발과정을 참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세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개발하기 복잡한 구조를 가진 독특한, 상당히 프로젝트 머신같은 특수 기기가 완성되었으며, 이 때문에 여러모로 복잡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원래는 닌텐도가 소니와 합작하여 선보일 예정이었던 슈퍼패미컴의 CD-ROM 애드온과 3DO 등의 게임기들과 맞붙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2D그래픽 기능이 중심으로 개발된 기계로, 실제로 스프라이트 처리 능력에 한해서는 다음 세대의 기종에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괴물스러운 면모를 가지고 있는 장비이다.

기본적으로 메가드라이브의 후계기로, 메가드라이브에서 문제시 되었던 발색 문제를 해결하고, 스프라이트 처리능력을 강화, 심지어는 아케이드의 2D 머신들을 뛰어넘는 엄청난 수준을 자랑하게 완성되었다. 당시 오락실에서 사용되던 캡콤의 주력 아케이드 머신인 CPS-2게임 정도는 가볍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스프라이트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메모리 용량이 부족한 것은 별개로 치고서라도 말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성능은 초창기 세가가 내놓은 2D액션 게임들과 아케이드에서 이식된 각종 격투게임, 새턴의 후반기에 등장한 프린세스 크라운(Princess Crown) 등의 게임을 해보면 그 엄청난 스펙을 몸소 느껴볼 수 있다.

또한 메가드라이브에서 부족했던 사운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잡음으로 소리를 렌더링하는 PSG 기능을 빼버리고 FM 사운드와 PCM 기능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야마하의 커스터마이징 칩을 장착해서 역대 장착된 사운드 칩들 중 단연 최강급의 사운드 칩을 제공했다.

메가드라이브 시절에는 옵션으로 판매되던 6버튼 패드를 기본 패드로 동봉해, 당시 한창 불던 격투 게임 붐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노력했으며 사용자들 또한 그러한 디자인 특화를 인정해 아직까지도 새턴 패드를 최고의 패드였다고 회고하는 사람이 많으며, 이러한 반응에 따라서 세가에서는 USB 포트용과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새턴 복각 패드를 내놓는 등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 적도 있다.

그러나 마침 불어온 3D붐과 갑자기 나타난 신예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가 3D 중심의 게임기를 선보이면서 해당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말려들면서 게임기 설계단계에서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해서 결국 게임 개발사들이 꺼려할만한 게임 만들기 어려운 장비로 완성되어서 훗날 길이길이 까이는 길을 걷게 되었다.

세가 게임기로서 일본 내에서는 단연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에 속하지만, 메가드라이브(メガドライブ, Megadrive) 시절에 ‘대박’을 쳤던 북미 시장에서 말그대로 ‘쫄딱망해서’ 파뭍혀버리고 말았다. 일본에서도 닌텐도가 새 기종을 내놓지 못하고 지지부진 한 사이에 시장 1위를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 넘겨주고 말아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린 탓에 안타깝게도 대중들에게는 ‘실패한 게임기’로 각인 박혀 있다. 그러나 일본 내 출하량은 약 580만대로, 세가 게임기 중에서 가장 많이 팔려 실패했다고 하기엔 너무 많이 팔렸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일본 외 출하량이 전체 합계로 약 296만대로 전 세계 누적 출하량은 약 876만대에 불과해, 일본 내 판매량보다 북미, 유럽 판매량이 더 많았던 세가의 전통적 판매 특성을 깨부수고 완전 바닥을 기록함으로서 전세계적으로는 실패했다는 인상을 크게 남긴 면이 있다.

실제로 새턴 발매 후에도 메가드라이브 판매량이 더 높았던 시기가 상당히 길었을 정도로, 심지어는 북미 시장에서는 세가 새턴이라는 게임기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크게 실패를 해버리고 말았다.

2. 특징

세가 새턴은 기본적으로 당시까지 발매된 게임기들의 특수한 성질을 집대시킨듯한 게임기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특수성에 대해서만 다뤄보도록 하자.

2.1. 연령제한 자율화

서드파티에 대한 철저한 관리로 단물을 빨아먹는 닌텐도와 달리 세가는 원래 서드파티가 무슨 짓을 하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주의였다. 이러한 자유 방임주의는 특히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성인 지향의 소위 말하는 ‘쿨’한 게임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많은 장점도 있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세가의 자세는 새턴에 들어와서도 크게 변하지 않아서, 소프륜에서 지정한 등급제를 제대로 표기하고, 소프륜의 등급에 따른 제재를 따르기만 하면 어떠한 제한도 걸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새턴에 성인 등급의 게임이 발매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기기 발매 전부터 ‘성인 게임은 없다’고 공언하던 소니와 정 반대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복잡한 의도 대신 그저 서드파티에 터치하지 않는 세가의 기본 기조가 유지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북미와 유럽에서 잔혹한 씬이나 묘사가 들어가 일부 문제가 되었던 메가드라이브 시절과 달리, 새턴은 일본 시장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고 그로 인해서 일본의 성인 게임들이 다수 새턴으로 이식되는 결과를 낳았다. 즉 세가는 폭력(Violence) 씬의 과도함은 경계한 면이 없잖아 있었으나, 정작 성적인(Sexual) 성인물이 쏟아져 나오리라고는 별로 생각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6비트 시절의 대결 구도에서도 그러한 게임은 세가의 메가시디 (MEGA-CD, メガCD) 쪽이 중심이 아니라 NEC의 PC엔진 (PC-Engine) 계열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PC-FX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PC-FX가 일찍이 몰락하면서 게임 등급이 자유로운 새턴쪽으로 미소녀게임들이 몰려나오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초기의 컁컁바니 풀 미엘같은 허접한 이식작부터도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실키즈의 노노무라 병원 사람들이 18세 이상 추천 딱지를 붙이고 발매되어 수 만장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하자 비교적 소프트한 18금 게임 제작사들이 대거 이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때 도키메키 메모리얼과 더불어서 급속도로 일반 게이머들 사이에서 미소녀 게임의 위상이 높아져 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개발이 어려운 새턴이라고 해봐야 그건 어디까지나 3D로 게임 만들때의 이야기로, 프레임웍을 기동시키고나면 오직 스크립트로만 움직이는 어드벤쳐가 중심인 미소녀 게임의 이식은 어려울 것도 없었다. 특히 당시 PC9801에서 개발된 640×400 해상도의 게임들은 새턴에서 거의 손보지 않고 그래픽까지 재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는 더욱 낮았다.

이러한 흐름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 세가는 중도에 정책을 변경해 ‘18세 미만 사용 금지’(통칭 ‘18금’)게임의 발매를 제한하고 ‘18세 이상 사용 추천’ 등급까지만 유통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도트 찍는 것이 생업인 해당 업체들은 세가가 세워놓은 기준에 정확하게 맞도록 그래픽이나 씬을 수정해서 게임을 발매하는 형식으로 기준을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계속 했다.

이러한 자율 등급제에 의해 성인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생기는 마이너스 이미지도 있으나, 이전 세대까지는 마이너한 PC엔진에서나 중심이 되었던 미소녀 게임, 혹은 텍스트 중심의 어드벤쳐나 디지털코믹 (Digital Comic)등이 일반 게이머들에게 선보이면서 전에 없는 미소녀게임 호황기를 맞이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때 선보인 이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같은 게임은 일본 게임계에서도 현재까지도 최고봉으로 쳐주는 정통파 어드벤쳐 게임으로, 만약 자율 등급제가 아닌 상황이었다면 PC용 성인게임을 즐기지 않는 일반 게이머는 이러한 게임을 평생 접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 또한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2.2. 내장 시계

이전세대에 카트리지 게임에서 데이터를 저장할 때는 S-RAM을 내장하고 해당 메모리에서 전원이 끊겨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도록 내장 배터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당시까지의 게임기에는 기본적인 사항이었다. 그리고 새턴에는 PC엔진과 마찬가지로 32 KB의 저장을 위한 공간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 메모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계전지를 뒷면에 장착하도록 되어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당시로서는 거의 기본적인 사항이었는데, 세가는 이 기본적인 사항에 더해서 약간의 추가적인 기능을 넣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PC처럼 메인보드에서 관리하는 내장 시계로, 컴퓨터 메인보드가 자동으로 시간을 유지하듯 새턴도 메모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시간을 유지하도록 작동하고 있다.

이 기능은 얼핏 보기에는 별 의미도 없는 바보같은 기능처럼 느껴질 수는 부분이지만, 의외로 이 기능을 이용한 실시간 작업 게임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허드슨은 이 기능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는지 슈퍼패미컴으로 제작된 천외마경 제로에서 이미 이 시스템을 도입했었는데, 이후 새턴으로 발매된 천외마경 제4의 묵시록에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일어나는 ‘키다리 아저씨 이벤트’나 기타 자잘한 이벤트를 넣기도 했다.

또 데이텀플리스타의 룸메이트 또한 내장시계를 이용한 실시간 이벤트가 발생하는 게임인데, 이 게임의 경우에는 되려 료코가 학교 가있는 시간에 게임기를 켜면 료코를 만날 수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게임의 행동 패턴에 사용자를 맞추는 괴악한 체계를 갖추고는 있었지만 실제 시간에 맞춰 이벤트가 일어난다는 독특한 기획을 만드는 계기도 되었다. 이 외에도 나이츠에서 특정 날짜에 접속하면 이벤트가 일어나는 시스템 등이 내장 시계를 이용해서 작동하도록 되어있다.

2.3. 멀티미디어 기능

세가 새턴은 이전 세대에 등장했던 메가시디에 비해서 많은 미디어 기능을 갖추고 있다.

게임CD외에도 기본적으로 음악CD 재생이 가능하며, CD-i 재생도 가능하다. 거기에 MPEG팩을 장착하면 비디오CD와 포토CD 포맷도 재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특히 MPEG팩의 경우는 건그리폰(GunGriffon)이나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의 MPEG팩 버전에서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계기로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용도로도 사용된다.

새턴은 처음부터 멀티미디어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이러한 미디어 재생을 위해서 기본 관리자 화면을 미래형의 미디어 플레이어에 가까운 감각으로 디자인 하거나, 새턴 패드에 단축 키를 대응시켜 미디어 재생 시 간단하게 해당 미디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배려를 해두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라이벌 기종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과 대비되는 부분으로, 소니는 ‘게임에 집중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음악CD 재생조차 단순한 재생기능만을 갖추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2.4. 복제방지 기능

메가시디와 PC엔진 SUPER CD-ROM2 시절에 이미 복사의 위험을 느낀 세가는 복사 방지 기능을 탑재했다. 그 구조가 상당히 독특한데, 일단 게임CD를 넣으면 부팅데이터를 읽고, 게임 디스크의 프로텍션을 확인한다. 이 프로텍션은 새턴 게임 디스크의 바깥쪽에 링 형태로 기록된 데이터로 이뤄져 있으며, 언뜻보기에는 그냥 아무 것도 인쇄되지 않은 공디스크의 면처럼 말끔해 보이는 곳에 레이저로 세가 로고가 새겨진듯이 보이게 되어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빈 공간이 아니라 EFM 비트 패턴으로 그래픽 데이터를 새겨둔 것으로, 배경 파트가 ‘11T-3T-3T-11T-3T’ 패턴으로, 그래픽 부분이 ‘3T-3T-3T-3T-5T-3T-3T-3T-3T’ 패턴으로 기록된다. 문양의 내용은 ‘Trade mark of SEGA’라는 데이터인데, 이 데이터를 인식하면 해당 디스크가 복제가 아닌 정품이라고 인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데이터만 인식하면 정품으로 인식한다는 식의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복사 디스크를 넣고 부팅 데이터 로딩 후 디스크를 정품으로 바꿔 프로텍션 확인을 마친 다음에 다시 복사 디스크를 넣으면 게임이 정품인 것처럼 인식해버리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며, 이 헛점을 노리고 페이크 데이터를 송신하는 모드칩 또한 금새 선보여서 복제를 막는데는 사실상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현재는 이를 분석한 결과 CD 레코더를 통해 라이팅 기능으로 이러한 인쇄를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도 나와있는 상태이다.

2.5. 네트워크 대응 게임 등장

세가 새턴은 두 종류의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통해서 다중 장비의 연결을 통한 게이밍 환경을 지원했다.

2.5.1. 다이렉트 링크

다이렉트 링크(DirectLink)는 새턴 후면에 있는 확장 포트를 통해서 새턴과 새턴을 직접 연결해 통신을 나누게 함으로서 두 대의 새턴과 두 대의 모니터로 완벽한 멀티 플레이 환경을 가지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얼핏 보고서도 눈치 챈 사람이 있겠지만 아케이드 시장에서 이미 버추어 파이터 등에서 2인용 모드를 기동할 때 기판 두대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과 완전 동일한 방식이다. 기능적으로는 이미 안정적으로 구현되던 기술이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실질적으로는 집안에 TV두대를 나란히 두고 새턴 두대를 연결해서 게임하는 엽기적 광경을 만들 뿐이기 때문에 사실상 별 도움은 되지 못하는 기능이다.

참고로 거의 동일한 기능이 플레이스테이션1에도 있는데, 이는 플레이스테이션1 또한 남코와 협력해서 아케이드 기판인 남코SYSTEM12에서 유사한 기능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가정용에선 별 필요도 없지만 기능상으로 구현되어있기 때문에 그냥 박아놓은 기능이다. 격투게임 정도라면 몰라도 복잡한 게임에서는 거의 온라인 대결모드를 개발하는 것과 동일한 별도 작업이 필요하지만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응 게임도 얼마 나오지 못했다. 대응 게임은 아래와 같다.
  • 스틸덤
  • 버추얼온
  • 건그리폰
  • 건그리폰2
  • 지오블럭커
  • 와이프아웃 (일본버전 한정)
  • 헥센 (디버그모드에서 가능)
  • 데이토나USA CCE (넷링크 에디션)
  • 둠 (유럽버전 한정)

2.5.2. 세가 넷링크

새턴용 모뎀과 해당 모뎀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전용 서비스를 통합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미 메가드라이브(メガドライブ, Megadrive) 시절에 메가모뎀을 선보인바 있는 세가는 장래에 다가올 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 게이밍 환경을 예상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꾸준한 노력을 했던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자체적으로 서버를 갖추고 중계 서비스를 한 방식은 아니고, 이미 메가드라이브와 슈퍼패미컴에서 모뎀 방식으로 선보인바 있었던 중계서비스인 XBAND 서비스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새턴 윗면의 카트리지 슬롯에 모뎀을 장착하고 인증 카드를 장착한 다음 대응 게임에서 접속 모드를 기동시키면 XBAND 서비스에 다이얼업이 이루어져 네트웍을 경유해서 대전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해당 모뎀은 최대 28.8kbps 속도를 지원하며, 일본에 발매된 제품은 14.4kbps로 작동했다.

기기 가격은 1,9900 엔. 상당히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거기에 추가로 주목할 부분은 인증카드인데, 이 카드는 세가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XBAND측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가격이 2000엔이나 했는데, 해당 카드로 게임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비용으로 한 번에 20엔을 과금하는 방식이었다. 즉 통화료와 별도로 게임 연결 중계비용을 부과했다는 이야기. 100번 사용하면 소모되기 때문에 추가로 구매해야 사용이 가능했다. 기기의 가격도 비싼편인데 게임을 할 때마다 과금이 되는 시스템이니 누가 달가워 했을까. 당연히 사용자는 극히 적었고, 인기가 없으니 대응 게임도 거의 나오지 않아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어둠에 뭍힌 기기가 되었다.
  • 데이토나USA CCE (넷링크 에디션)
  • 듀크뉴켐3D
  • 세가 랠리
  • 버추얼 온

3. 스펙

추가바람 수정바람 세가 새턴은 당시로서는 물론이고 지금으로서도 상당히 드믄 구조를 가진 게임기로, CPU와 그래픽처리를 하는 VDP, 사운드 처리를 위한 프로세서 등 프로세서가 도합 6개나 박혀있는 비정상적인 구조의 멀티 프로세서 게임기였다.

흔히 CPU가 두개 박혀서 개발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메인 프로세서가 2개 박힌 것 자체는 당시로서도 그렇게까지 진귀한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아케이드 게임기 같은 특화된 장비의 경우에는 워낙 필요에 따라서 프로세서를 막 가져다 박는 형식이 많았기 때문에 세가 입장에서 볼 때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실제 문제는 이 복잡한 구조로 낯선 3D그래픽스를 구현해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패러다임 변화 그 자체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의 변화에 하필이면 소니라는 대자본과 실리콘 그래픽스의 기술이라는 숙성된 집합체를 만났기 때문에 세가 단독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것이라고 보면 적합할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세가가 했던 성대하고도 장대한 삽질이 용서될만한 것은 아니겠지만.

4. 개발과정

4.1. 하드웨어

새턴은 기기 개발과정만으로도 거의 드라마 한 편을 찍을만한 기기이다. 닌텐도와의 오랜 싸움으로 많은 노하우와 자사와의 관계가 돈독한 서드파티를 다수 확보한 세가는 ‘이번에야 말로!'하는 마음으로 새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메가드라이브를 운용하는 가운데, 아케이드의 세가 SYSTEM32를 기반으로 강화된 게임기를 기획했고, 코드명 ‘기가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기기가 개발이 진행되었으며 실제 돌아가는 기기를 본 사람도 있었다. SYSTEM32 기반으로 당시 붐이 일기 시작한 3D게임을 어느정도 돌아갈 수 있게 - 아마도 당시 기준으로 말하자면 게임아츠의 실피드 정도가 실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발매전 경쟁기종이었던 3DO를 보면 거의 그 청사진과 일치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세가가 기획했던 것도 아마 그 수준에서 엎치락 뒷치락 하는 수준이리라는 것이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사정에 의해서 세가가 내놓은 새턴은 처음 세가에서 그렸던 청사진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완전히 다른 형태의 게임기가 되어 있었다.

당시로서는 아주 없는 케이스는 아니지만 CPU와 그래픽 프로세서 구성이 아주 괴악하게 구성된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새턴이 현재의 형태로 개발된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턴은 본디 3D 그래픽을 지원하기 위해서 디자인 된 기기가 아니었다. 메가드라이브와 슈퍼패미컴의 대결의 연장선상으로 시장을 예측한 세가는 아케이드 시장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던 '세가 SYSTEM32‘를 기반으로 후속기종인 ‘기가드라이브’를 디자인했기 때문에 기능적인 주력은 슈퍼패미컴을 발라버릴 수 있는 수준의 2D 처리 능력을 갖춘, 당시 기준으로 ‘궁극에 가까운 2D머신’을 디자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계기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세가 자신이 만들어낸 3D 붐의 발생과, 소니의 게임기 전쟁 참전 소식이었다.

일본 게임 업계에 3D 붐이 불게 된 주요적인 계기는 세가에서 내놓은 '버추얼 레이싱‘과 그 뒤를 잇는 소위 ‘버추얼 시리즈’들의 힘이 매우 큰데, 특히 '버추어 파이터‘는 당시 거의 천만원에 달하는 세가의 아케이드 기판 ’Model 1‘을 불티나게 팔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수많은 게이머가 아케이드 게임기 뒤에 줄을 서고 플레이 대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시장에는 급격하게 3D붐이 불어오게 되었다.

소니는 원래 게임기 사업에 관심은 적지 않게 있었던 편이었으나, 현재와 같은 형태로 직접 참전을 할 계획은 아니었다.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와 관련해서 메가시디 (MEGA-CD, メガCD) 개발에 참여하며 어느정도 가능성을 엿본 소니는 세가와의 공동 가정용 게임기를 제작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세가 측에서 이 제안을 거절했고, 세가와의 작업으로 자신감을 가지게 된 소니는 그 기술로 닌텐도와 협력해 슈퍼패미컴 CD-ROM 애드온을 발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시제품까지 나온 상태에서 닌텐도의 변심으로 발매가 중단되어버리는 충격적 사태가 발생한다.(1) 이미 다 제작된 게임기 프로젝트 하나를 날려먹은 소니는 크게 분노했고, 기성 업체와 협력하기를 포기하고 컴퓨팅 업체와 협력하여 직접 게임기를 개발하기로 한다. 마침 이 시기에 아케이드 시장에서 ‘버추어’ 시리즈의 대박으로 3D붐이 일어날 조짐이 느껴지자 소니는 이를 빠르게 캐치해 마침 0부터 새로 개발해야하는 자사 게임기에 실리콘 그래픽스사에서 디자인한 (나름 저가형의) CPU와 GPU를 장착해 고성능의 3D 그래픽을 지원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세가는 거의 완성된 상태의 새턴을 개량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3D처리에 관해서는 메가시디보다 좀 나은 수준을 보일 뿐인 새턴을 그대로 내놓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가에서 게임기 발매일로 약속한 날짜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소니가 3D그래픽을 강화한 가정용 게임기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듣고 처음부터 게임기를 커스텀해서 새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기 때문에 이미 자신들이 만들어 놓았던 기가드라이브를 기반으로 CPU나 기타 연산칩을 변경함으로서 성능 향상을 추구하게 된다. 이 때 일일이 커스터마이징한 부품을 개발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 나와있는 완성 부품을 도입해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는데, 이 때 채용된 것이 높은 연산력과 저전력, 그리고 적당한 가격으로 당시 주목을 받던 히타치의 SH-2 칩이었다.

이와 관려내서는 무수한 루머를 남기고 있는데, 북미 쪽에서는 현재 시스템을 개량하는 방식이 아닌 전부터 기획하고 있던 다른 형태의 기기를 제시했었다고 하는데,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혹은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결국 현재의 새턴이 최종 발매 제품라인으로 올라서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가가 북미쪽의 기획을 묵살한 것이 프로세서 생산과 관련된 정치권의 압력이었다던가, 히타치와 세가의 사장이 골프 친구라서 그렇게 된 거라던가 아무튼 다양한 루머가 돌아다닌다.

그러나 단독 칩으로서의 SH-2는 그렇게 높은 사양의 칩은 아니었기 때문에 SH-2 프로세서의 갯수를 2개로 늘려 폴리곤 연산을 보조하고, 비디오 프로세서 유닛인 VDP에 3D 그래픽에 사용되는 기술을 처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을 개시하게 된다. 즉 새턴은 발매 전부터 자신들의 능력을 믿고 대충 만든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땜질’하겠다는 발상을 가지고 완성된 기기였다는 이야기다.

즉 원래는 프로세서 1개에 VDP 2개로 주로 2D 그래픽, 스프라이트와 BG를 처리를 하도록 개발된 시스템에 SH-2 프로세서를 2개를 넣어서 소프트웨어 처리 능력을 높이고, 동시에 병렬 연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복잡한 연산을 하는 3D그래픽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발상이었다. 하드웨어적으로 지원되는 기능이 거의 없는 대신 기타적인 기능을 전부 소프트웨어로 처리한다는 방향으로 게임기를 완성시켜 버린 것이다. 즉 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실리콘 그래픽스에서 시스템 전체를 디자인함으로서 제공된 수많은 하드웨어적인 파트 - 예를 들어 지오메트리 연산칩도, MJPEG디코더 같은 동영상 재생 기능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되지 않고 전부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언뜻봐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결론이지만 이렇게 땜질을 한 새턴은 어느정도 처리 능력을 확인하게 되었고, 실제로 해당 기종으로 세가 AM2 연구소에서 버추어 파이터를 이식하면서 일정 수준이 검증되어 실제 상품화가 이뤄지기에 이른다.

그러나 발매 후에도 문제는 줄어들지를 않았다. 일단 칩 갯수가 많기 때문에 제작자체에도 손이 많이 갔고, 칩당 가격이 있으므로 당연히 생산가도 올라갔다. 커스텀 된 칩이 아닌 완성칩인 SH-2를 사용했기 때문에 당연히 세가가 원하는데로 커스터마이징을 하기 어려웠고, 여러 칩을 단일화한다던가 해서 단가를 낮추는 게임기 업계의 당연한 흐름을 크게 방해했다. 이러한 문제는 장기전으로 들어가면서 LSI에서 단일칩을 생산하면서 단가 하락을 주도한 플레이스테이션1과 크게 대비된다. 이 흐름은 미국 시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면서도 399달러에 발매된 새턴과 299달러에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1의 가격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4.2. 소프트웨어

앞서 하드웨어 개발과정에서 보여졌듯 기기 개발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개량해서 강화한 방식으로 3D그래픽을 지원하도록 기능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근본적으로 다 땜질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이렇게 복잡해진 구조는 프로그래밍하기 어렵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가져오는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게 복잡했다. 일단 새턴의 기본 프로그래밍 구조는 슈퍼패미컴이나 메가드라이브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의 프로그래밍을 요구했다. 사실 이 당시에도 이미 멀티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장비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당장 세가가 사용하는 세가 SYSTEM24만 해도 게임 롬 보드에 68000프로세서를 추가로 장착해서 돌아가는 게임이 있었고, 메가시디 (MEGA-CD, メガCD) 또한 본체와 별도로 추가 프로세서가 장착되어 있었다. 메가드라이브의 ‘버추어 레이싱’에도 카트리지 내부에 DSP를 내장해 그래픽 가속을 시켜 폴리곤 연산을 시키기도 했으며, 세가는 아니지만 닌텐도의 스타폭스 역시 비슷한 형태로 프로세서를 추가하고 있었다.

이처럼 전에 없던 구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새턴이 개발이 어렵다고 말해지는 것은 작업해야 하는 대상이 2D게임이 아닌 3D게임으로 변환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작업은 복잡해지고, 처리해야 할 프로세스와 파이프라인은 늘어나는데 새턴에서 제공하는 개발툴로는 그 길어진 프로세스 라인을 메가드라이브 시절과 동일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라고 강요받아야 했던 것이다.

일단 세가가 제공하는 라이브러리들이 상당히 빈약해서, OS와 기반은 갖춰져 있었지만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이 갖춰져 있을 뿐, 현재의 OpenGL이나 DirectX같은 API로 구현된 부분은 거의 제공되지도 못했다. 더 문제는 앞서 하드웨어에서 설명했듯, 스프라이트와 BG를 처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VDP1과 VDP2를 활용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3D그래픽 처리를 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표준 API‘같은것은 애시당초 있지도 않았다. 세가가 제공한 3D엔진은 VDP에서 제네레이트된 폴리곤이나 기타 기능이 CPU로 전달되어서 CPU에서 연산을 해서 만들어진 그래픽을 뿌려주는 단순한 방식으로만 이뤄져 있었을 뿐이었다. 현재라면 프로그램을 API에 맞춰 짜고, 파이프라인 모니터를 통해 발생하는 병목현상이나 잡으면 되는 작업조차도 새턴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계산하고,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체크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32비트 세대에 들어오면서 늘어난 용량과 작업량의 증가에 따라서 프로그래밍 언어가 C, 혹은 Cpp로 넘어가면서 총체적인 벽에 부딪히게 된다. 새턴이 선보인 1994년 당시에는 멀티 프로세서라고 하는 것은 저레벨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을 경우에 쓰이는 곳은 서버나 웍스테이션 등의 극히 제한된 곳 뿐이었다.(2) 거기에 MIPS 등의 전통적 아키텍쳐가 아닌 신규 브랜드인 히타치의 SH 시리즈에 맞는 소스는 더더욱 구할 방법도 없었다. 당연히 병렬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한 충실한 라이브러리도, 샘플 데이터도 없었으며, 세가가 그러한 것을 미리 준비해서 제조사에 나눠줬을 리도 없었기 때문에, 말그대로 게임 개발사들은 ‘맨땅에 해딩’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직접 프로세서에서 작업할 스케줄을 수동으로 디자인하고 그것에 맞춰서 개별 프로그램을 짜서 운용하는 방법 뿐이었다.(3) 예를 들어서 버추어 파이터 같은 경우에는 아예 게임 캐릭터별로 프로세서를 분할해서 연산하도록 디자인을 해서, CPU0에서는 플레이어1의 캐릭터를, CPU1에서는 플레이어2이 캐릭터를 연산하는 식으로 게임을 개발했다. 당연히 이러한 단순무식하고 바닥을 기는 개발방식은 개발자들에게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일부 게임들은 아예 멀티 프로세서를 전혀 쓰지않고 세가가 제공한 기본 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싱글코어만을 사용한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4)

또한 세가에서 제공하는 3D엔진은 기본적으로 세가의 아케이드 시스템인 ‘Model’시리즈의 영향으로 3각형이 아닌 4각형(쿼드)의 폴리곤을 사용하도록 디자인되어 실제 게임에 사용하는 디자인 구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3각과 4각 폴리곤을 골라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애시당초 4각형의 폴리곤밖에 생성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3각형으로 표현해야 부드럽게 묘사가 가능한 원형이나 곡선 등의 처리가 극도로 부자연스럽게 되거나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일부 멀티 플랫폼 게임은 둥근 형상을 표현하기 힘들어서 바위 대신 상자를 배치하는 등 괴악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는 새턴판 툼레이더의 경우에는 라라 크로포드의 다리를 둥글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폴리곤으로 네모통을 만든다음 그로 쉐이딩으로 둥글게 보이게 처리만 해버렸다고 한다. (물론 사각형에 특화된 모델, 예를 들면 집같은 건물이나 차량처럼 각진 물체만 그리는 경우라면 이득이 있을 수도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그란디아의 마을 등을 생각하면 적당할 것이다)

반면에 라이벌 기종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실리콘 그래픽스가 장기간에 걸쳐 갖춰놓은 수많은 개발자 라이브러리와 샘플, 개발툴이 다 갖춰져 있었고, 비록 CPU에서 부동 소수점 연산을 전혀 지원하지는 못했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방법과 해결책을 실리콘 그래픽스가 샘플로서 제공해주었다. 소니는 이러한 면을 매우 강조해서 홍보하면서 중소 개발사를 유혹했고, 게임 개발이 주요 업무가 아니었던 프롬 소프트웨어같은 회사들까지 개발사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반면에 새턴 개발사들은 상당 부분을 개발하다가도 개발을 포기하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플랫폼을 옮기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버추어 파이터2’와 ‘세가 랠리’ 등이 발매된 1995년 12월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가 AM 연구소와 콘솔 게임 개발 부서에서 새로운 새턴용 OS를 배포하고(5) 자신들이 개발하던 게임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트릭과 팁, 그래픽 모드의 활용을 위한 소스를 개발사에 배포하게 되는데, 이후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5. 문제점

5.1. 하위호환 포기

세가는 이미 메가드라이브라는 성공한 게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가는 하위호환 기능을 넣기를 포기했다. 이는 자신들이 그 때까지 쌓아온 컨텐츠를 구매해준 고객을 그대로 유치할 수 없다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0에서 경쟁해야하는 점에서 매우 큰 마이너스를 짊어지게 되는 일이다. 4세대 거치형 게임기 시절 닌텐도가 이미 구축한 패밀리와의 호환성을 포기함으로서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0부터 경쟁을 해서 메가드라이브에게 선두자리를 빼앗겼던 것과 같은 상황을 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형태로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일단 추측이 난무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세가는 기본적으로 하위호환을 위해서 항상 사운드 처리용 CPU를 전 세대의 메인 CPU를 장착해왔다. 메가드라이브에서 마스터시스템의 Z80을 사운드 칩으로 채용해 하위호환성을 확보한 것이 그것이다. 마찬가지로 새턴에는 사운드처리 칩으로 68000칩이 장착되어있었고, 이를 통해서 메가드라이브의 처리를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

여러 설 중 하나는 새턴의 맛가는 하드웨어 디자인을 본 세가 어메리카 측에서 ‘이 기계는 수명이 얼마 안될테니 차라리 발매 안하고 버티다 후속기종을 발매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미주지역(남미 포함)에서는 메가드라이브가 아직도 잘 팔리니 호환기능을 넣지 말고 따로 판매하자’는 식으로 호환 능력을 넣지 말자고 제언했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세가 어메리카 측에서는 새턴보다 메가드라이브에 슈퍼32X를 애드온하고 메가시디 (MEGA-CD, メガCD)를 일체화 시킨 넵튠을 발매하려고 준비했고, 이 중간과정으로 개발되어 선보인 기기가 CDX였다. 이처럼 무던히 열심히 개발한 흔적이 남아있어 이 의혹을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제 정황도 상당히 많이 있다. 실제로 세가 어메리카 측은 새턴 발매를 거부하고 메가드라이브 라인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넵튠과 넵튠에 CD롬을 장착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었으나 세가 본사에서는 새턴을 밀어주기 위해서 넵튠 등의 메가드라이브 호환의 장비 개발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이후 거의 반 강제로 메가드라이브 사업 철수 선언과 새턴 발매 계획을 세웠고 결국 넵튠과 넵튠의 후속기종이 모두 취소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6) 1995년 9월 발매예정이었던 새턴을 1995년 5월 개최된 E3쇼에서 ‘곧바로 발매한다’는 깜짝 발표를 해서 준비가 되지도 않은 새턴과 타이틀들이 급조되어 발매되기에 이르른다. 이 때문에 영문화된 게임이 없어 게임기 발매 후 3개월 동안 동시발매된 게임 3개 외에 서드파티 게임이 단 하나도 안나오는 경악스러운 사태를 벌이게 되었다. 이는 PC-FX가 소프트 고갈상태였던 것과 비교해서도 지지않을 기록적인 수치다. 이러한 현지 분위기를 전혀 읽지 못하는 세가 제팬의 나몰라라식 태도는 메가드라이브 유저들에게 많은 반감을 사게 되었고, 이 문제는 결국 북미에서 새턴이 말그대로 개발살이 나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1996년에는 슈퍼32X와 새턴 사업 실패를 이유로 넵튠 개발을 밀던 세가 어메리카의 사장이 사표를 내던지고 회사를 떠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 했던 것이 사실이다.(7) 어지간 했으면 1997년 E3 쇼에서 세가 어메리카가 ‘The Saturn is not our future(새턴은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라는 지사가 본사와 주력상품 까는 사태를 불러오기에 이른다. 참고로 메가드라이브는 이 때도 신작게임이 나오는 상황이었으니, 새턴의 무리한 발매를 하지 않고 개량된 넵튠을 밀고 나갔으면…이라는 생각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가 어메리카 사람들이 줄줄이 사표를 쓰고 나간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또 다른 설로는 소니나 MS처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 않는 세가가 한 기종에 집중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호환기능을 버렸다는 설이 있다. 이미 메가드라이브 시절의 메가 어댑터만 해도 벌써 호환성 문제가 두드러졌었는데, 메가드라이브 정도로 많은 소프트가 나온 경우에는 당연히 호환성으로 인한 문제가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메가드라이브의 경우 화면 색상과 해상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인터레이스 주사 방식이나 색 번지는 것까지 감안해서 색상을 맞춰 게임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데(8) 이런 트릭덩어리의 게임들을 완전하게 호환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일도 아니고, 적용이 잘 되어봐야 본전, 잘 안되면 마이너스 이미지만 남길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번 이유일 수도, 2번 이유일 수도, 혹은 복합적일 수도 있으나 어떤 이유 때문이었건 간에 세가는 메가드라이브 호환성을 포기했고, 이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새턴 런칭시의 실패를 주도하는데 가장 큰 역활을 했음에 부인할 수 없다.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메가드라이브와의 호환성을 유지할 수만 있었다면 메가드라이브의 후속기종으로서 자리매김하여 충분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5.2. 그래픽

2D그래픽 분야는 사실 문제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따로 따질 부분조차 없지만 3D그래픽 분야에서 새턴은 말그대로 ‘문제투성이’ 였다. 일단 실리콘 그래픽스에서 아무리 정밀도를 낮춘 연산만 가능하도록 커스텀한 칩이라 하더라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채용한 칩은 거의 웍스테이션 급의 기능을 지원하는 장비였다. 반면에 그러한 장비와 경쟁해야했던 새턴은 하드웨어적으로는 아무런 지원도 되지 않는 말그대로 민짜 장비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한 것 처럼 보이게’하는 수많은 트릭의 집합체였다. 프로그래밍이 어려운 것은 앞서도 이야기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구현되어서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새턴에서는 하드웨어적으로 폴리곤 처리를 하도록 만들어진 지오메트리 칩 등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VDP에서 폴리곤이 필요한 부분을 제네레이트하고 CPU에서 연산한 다음, VDP로 해당 값을 보내 화면으로 출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 폴리곤이라면 이걸로도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플레이스테이션과 대결하기 위해서 텍스쳐 맵핑과 쉐이딩까지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CPU에서 가지고 있는 4KB의 캐쉬는 3D연산을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기 때문에 처리에서 매우 막대한 병목현상을 가져왔고, 연산력을 높이기 위해서 명령어 코드를 강제로 16비트로 낮춰 코딩해 운용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요, 해상도를 320×240도 안되는 8비트 게임기 수준으로 떨구는 것도 예사였다. 거기에 떨어지는 3D처리 능력을 대체하기 위해서 배경을 폴리곤이 아닌 스프라이트를 크게 박아서 폴리곤 배경처럼 보이게 만든다거나 하는 트릭도 셀 수 없이 많이 개발되었다.

텍스쳐 맵핑 등은 그나마 구조적으로 복잡하지 않으므로 어느정도 극복이 가능하지만, 일단 반투명 폴리곤과 같은 고급 묘사 기능이 하드웨어적으로 지원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턴은 기본적으로 반투명 폴리곤 대신 디더링 형식으로 하얀색이나 기타 색조를 구멍을 뚫어 망사 형식으로 표현해야 했다. 때문에 반투명 폴리곤 기능을 사용하는 그래픽은 사실상 새턴에서는 최대한 자제를 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과거 SD수준의 해상도에서 돌릴 때 그나마 화면의 흐려짐으로 그러한 면모를 가릴 수 있었지만, 현재 에뮬레이터로 해당 게임을 돌려보기라도 하면 거대한 도트 덩어리의 향연에 대략 정신이 멍해지게 된다. 새턴 후기에 나온 버닝 레인져에서는 제한적이나마 실제 반투명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으나, 역시 너무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다.

또한 복잡한 그래픽처리를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쉐이딩 기능은 말그대로 새턴의 발목을 잡는 가장 중대한 문제 중 하나였다. 새턴은 초창기 모델1에서 지원하던 플랫쉐이딩을 통해서 폴리곤 면에 단색을 부여해 그림자를 지게한다던가 하는 표현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표현은 당연히 폴리곤 숫자가 부족하던 당시에 ‘각진 모델’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고 경쟁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이 하드웨어적인 지원아래에 간단하게 그로쉐이딩을 간단히 썼기 때문에, 플랫쉐이딩만을 쓰던 새턴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심지어는 새턴의 대표작인 ‘버추어 파이터2’조차도 쉐이딩을 아예 꺼버리고 텍스쳐맵핑에 그림자를 그려넣는 식으로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을 쓰는 등, 여러모로 기능 부족으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이어져 좋지못한 여론을 조성하던 가운데 세가는 소프트웨어적으로 그로쉐이딩을 지원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는데, 새턴에서 이렇게 힘겹게 경쟁 기종의 기본 기능을 따라잡는 사이에 경쟁 기종의 개발사들은 해당 기술로 무슨 게임을 개발할지만 고민하면 되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바가 많다. 발매부터 이 시기까지 발매된 게임의 숫자와 개발사의 숫자를 보면 이 문제가 가져온 결과는 단적으로 확인을 해볼 수 있다. 안그래도 이 시기에는 2D그래픽으로만 작업하던 개발사들이 3D와 동영상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여러모로 좌절을 겪던 시기였기 때문에 안그래도 급격히 올라간 개발 비용과 개발기간을 새턴에서는 더욱 늘려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5.3. 사운드 압축

새턴에 채용된 사운드 칩은 야마하에서 제작한 커스텀 칩이 사용되었다. PCM 32채널과 FM 8채널을 지원하는 이 칩은 당시까지 나온 모든 게임기의 음원칩들 중 단연 최고급의 칩이었음에 틀림없다. 내장 음원으로 연주하는 사운드는 당시 경쟁 기종이던 플레이스테이션과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된 게임에서 비교해보면 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단 하나 문제가 있었으니, 이 칩은 하드웨어적인 압축 음원을 지원하지 않는 순수 PCM만을 지원하는 칩이었다는 점이다. 사운드 메모리가 512KB인 새턴은 메모리에 담을 수 있는 사운드 량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렇다고 메인 메모리를 사운드용으로 활용하기에는 2MB에 불과한 메인 메모리 또한 자원이 너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내장음원으로 소리를 내는 배경음악 부분은 대체로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면서도, 목소리나 효과음 등의 부분에 있어서는 새턴판이 대체로 음질이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새턴 초창기부터 이미 문제의 예감을 잔뜩 보여주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서 마법기사 레이어스의 경우 캐릭터 음성을 한 번에 읽어서 재생하는 방식으로 되어있어서(스트리밍 재생이 아니다) 대사의 길이에 따라서 음성의 음질이 나빠지는 황당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이 문제는 동영상 재생에서도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되는데, 새턴의 저조한 그래픽으로 많은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새턴의 대표적 동영상 재생 코덱인 시네팩 동영상은 사실 화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닐지언정 그렇게까지 나쁜 코덱도 아니다. 실제로 같은 시네팩을 사용한 3DO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화질을 보여주는 경우조차 있었다.(9) 새턴의 동영상이 가장 화질이 떨어지는 대표적 원인은 사실 PCM 음원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ADPCM을 지원하는 타 기종들과 달리 PCM을 이용하는 새턴은 동영상에서도 마찬가지로 PCM으로 음원을 넣을 수 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샘플링 레이트를 낮추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선에서 샘플링 레이트를 넣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새턴의 동영상은 음성파일이 기본적으로 모노로 되어있으며, 샘플링레이트도 22 khz이하, 심지어는 11 Khz로 녹음된 동영상들도 부지기수다. 압축을 안할 경우 용량이 넘치도록 큰 PCM은 샘플링레이트를 약간 낮춰도 2배속 CD-ROM이 초당 읽을 수 있는 용량인 256KB의 상당 부분을 할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영상에 할당할 수 있는 용량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코덱 효율을 높여봐야 비트레이트가 깡패라는 인코딩계의 불문율을 그대로 따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덕 코퍼레이션‘(10)에서는 새턴용으로 더 적은 용량에 특화된 프로필이 추가된 트루모션을 내놓기도 했다.

애시당초 광디스크로 게임을 만드는 특성에 대해서 별로 생각도 안하고 있던 세가가 PCM만을 채용한 것이 실수이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세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턴 후기에 CRI와 함께 ADX (코덱)를 만들어 사운드 압축 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때는 이미 시기가 너무 늦은 다음이었다. 대신 이 기술은 드림캐스트(Dreamcast)를 거쳐서 플레이스테이션2, 플레이스테이션3에까지 사용되고 있으니 나름 그 가치가 없지는 않다 하겠다.

5.4. 슬롯 인식

새턴 윗면의 디스크 트레이 위쪽에는 메가드라이브 등에 설치된 것과 같은 카트리지 삽입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원래는 이 카트리지를 이용해서도 게임들을 발매할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은 무산되어 사라지고 새턴은 디스크 전용 게임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문제는 이 카트리지 슬롯에 게임팩을 넣는 일은 없었지만, 이 공간을 이용해서 보조적인 활용을 하는 장비들이 나오면서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 슬롯의 제일 큰 문제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슬롯의 인식능력이었다. 세이브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백업장치인 ‘파워 메모리’를 꼽아도, 킹 오프 파이터즈 ‘95의 게임 데이터 카트리지를 꼽아도, 인식이 안되는 경우가 무지막지하게 많았으며 심지어는 작동하다가도 뻗어버리는 경악스런 사태까지 발생하곤 했다는 점이다.

카트리지 인식이 잘 안되면 꺼내서 입으로 불어보는 정도는 카트리지 게임기에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광경이지만, 새턴은 심지어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 확장 카트리즈를 꼽기 전에 꺼내서 알콜로 닦고 꼽는 것이 당연한 듯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는 등, 진짜 진풍경이 여럿 나타났다. 게다가 CD게임기이기 때문에 부팅도 이전 카트리지 게임기들보다 길어서 잡아먹는 시간도 더 걸렸다는 점도 문제였다.

사실 인식이 안되는 문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 접촉 불량문제가 가끔 세이브 데이터 백업 장비인 ‘파워 메모리’의 세이브데이터를 에러내버린다는 점이다. 파워메모리를 끼운채로 새턴을 켰는데 인식이 안되는 것은 다시 켜면 되니 넘어갈 수 있으나, 가끔 메모리 복사를 위해 파워메모리에 들어갔을 때 세이브 데이터가 깨지고 정체불명의 깨진 문자가 표시되어있으면 분노와 허탈감에 게임할 의욕을 그대로 상실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기를 처음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수 십년간 게임 업계에서 뼈가 굵어온 세가가 이런 말도 안되는 결함품을 시장에 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게임기가 더이상 안나오게 되는 그 순간까지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지막 발매된 버전이라 할지라도 파워메모리나 확장 메모리카드를 설치하면 몇 번은 인식이 안되는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6. 호환기종

새턴은 세가와 협력해서 개발한 업체들이 호환 기종을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당 기종에 대해서 알아보자.

6.1. ST-V

세가에서 내놓은 새턴 호환 아케이드 게임 기판으로, 기본적으로는 새턴의 스펙과 동일하다고 보면 되며, 심지어는 메모리 양도 동일하고 거기에 CD-ROM까지 옵션으로 있어서 CD로도 게임을 발매할 수 있었다.

ST-V는 Sega Titan Videogame system의 약자로, 태양계의 행성 이름으로 게임기 이름을 짓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경우에는 토성(새턴)의 위성인 타이탄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새턴을 보조하는 아케이드 장비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카트리지로 판매되었으며, 슬롯은 1개 뿐이어서 게임을 바꿀 때는 카트리지를 변경해줘야 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카트리지 아케이드 게임을 판매하던 네오지오 아케이드 장비는 여러 패키지를 설치해서 셀렉터로 선택할 수 있는 형태였다)

이 기종으로 개발된 게임들은 말그대로 완벽하게 새턴으로 이식하는 것이 가능했고, 때문에 ST-V로 나온 게임은 특수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새턴으로도 이식이 되었다. 개중에는 코튼2와 코튼 부메랑처럼 카트리지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디스크에 담아서 발매한 발칙한(?) 게임들도 있다.

6.2. 빅터 V-새턴

새턴에 CD-ROM을 제공한 빅터 측에서 내놓은 호환 제품으로, 이미 메가시디 시절에 세가와 협력해서 원더 메가를 내놓은 경험이 있던 빅터였기에 제품 발매에 대해서는 별로 신기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원더 메가와 달리 세가 새턴과 완전 동일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색상조차 동일하다.

때문에 차이점은 제품 상단의 새턴 로고에 세가 이름 대신 V-Satrun 이라고 새겨져 있다는 점과 부팅 시 V-새턴 로고가 뜬다는 점 뿐이다.

아마도 게임기 개발이 워낙 늦춰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추측할 뿐이다.

6.3. 히타치 하이새턴

새턴의 CPU인 SH 시리즈를 제공한 히타치는 자사의 이름을 따서 Hi-Saturn 이라고 명명해서 제품을 내놓았다.

기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부팅 시에 하이새턴이라는 로고가 뜨고, 기본 세트에 비디오CD 재생을 위한 MPEG 보드가 내장되어 있어, 비디오CD와 포토CD 등을 재생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진정한 이 분야의 강자는 단연 히타치의 ‘게임 & 카 네비게이션 하이 새턴’이라는 괴물로, 새턴 상판에 LCD 모니터를 장착하고, 자사의 네비게이션 장비와 결합시켜 양쪽을 모두 출력할 수 있게 만든 장비이다. 기본적으로는 PC엔진 (PC-Engine)의 확장 모니터와 비슷한 컨셉이지만 일체화 시킨 괴물을 만들어 내버린 것이다.

GPS 외장 장치를 연결하면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새턴을 이용해서 연산, 네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해준다는 발상이다. 당연히 모니터용 전원은 별도 공급이고, GPS도 외장으로 연결하게 되어있다. 차량 연결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새턴도 전원을 별도 입력이 아니라 어댑터를 이용해서 연결하게 되어있다.

2D처리능력이 우수한 새턴을 활용한다는 발상 자체는 높이 살만하지만, 이게 대략 경악스러운 수준. 크기도 무지막지하고, 가격도 무려 15만 엔. 아무리 단순 게임기가 아니고, 당시에 네비게이션 장비가 일반화 된 시기도 아니라고는 하지만 정말 정도를 넘어선 가격과 발상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거기다 제품이 워낙 커서 소형차가 많은 일본에서는 설사 구매해도 차에 설치하기도 버거운 무지막지한 장비다. 상세한 사항은 아래 더보기 항목을 눌러서 그 내용을 열어보면 그 흉측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리라 생각된다.

세가가 메가드라이브 시절에 제공했던 메가앤서와 유사한 발상인데, 세가가 메가 앤서로 실패를 한걸 보고 교훈을 얻지는 못할망정 더 비싸고 무의미한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하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점에서 히타치의 실험정신과 미칠듯한 돈지랄을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 저렴한 가격에 보인다면 일단 구해라도 놓자. 희소가치 면에서는 단연 으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6.4. 삼성 새턴

삼성에서 수입 발매한 새턴. 특별한 차이는 없고, 기기가 검정 색이었으며, 기본적으로는 북미 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일본 게임을 돌릴 수 있도록 게임 코드 프리 팩을 끼워서 판매했다.

그 외에는 패드에 ‘삼성 새턴’이라고 새겨져 있고, 부팅 시에도 ‘삼성 새턴’ 로고가 뜬다.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북미판 새턴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1) 이 사건은 닌텐도의 기업 윤리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잘못된 기념비적인 사기 사건 중 하나로 아직도 자주 회자된다. 그리고, 닌텐도는 이 배신을 통해서 소니라는 호랑이를 시장에 풀어놓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2) 간단한 예를 들자면, 도스5.0 게임을 현재의 쿼드코어에서 돌려봐야 코어1개 밖에 못쓴단 이야기다. 물론 실제로는 돌지도 않는다. 16비트 처리 항목이 빠진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3) 당시 개발사들이 말하던 ‘새턴 개발비가 두배 든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4) 아무 생각없이 새턴의 기본 기능만 쓰면 나오는 게임 수준을 대표할 게임은, 단연 ‘데스크림존’일 것이다.
(5) 이 OS는 게임 개발시 디스크에 포함되는 것으로, 기계 자체에는 따로 설치하지 않는다.
(6) 단 이 때 컨셉으로 나와있던 넵튠은 개선되어 메가드라이브3의 디자인에 재활용된다.
(7) 물론 슈퍼32X 자체는 완전 삽질이 맞고, 이에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세가 오브 어메리카의 계획대로 새턴 대신 넵튠을 발매하고, 이미 수백만대가 깔려있던 메가드라이브의 확장용으로 슈퍼32X가 제공되었어도 과연 같은 길을 걸었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8) 이는 메가드라이브가 화면 색을 만들 때 NTSC나 PAL에서 주사되는 브라운관 방식의 특성을 이용한 트릭의 일종인데, 특히나 S비디오 출력이 없는 메가드라이브 시절에는 컴포지트 단자나 RF단자로 통일되어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색을 표현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에뮬레이터로 메가드라이브 게임을 하면 예전에 브라운관 모니터로 게임할 때에 비해서 한층 더 색빠진 느낌이 드는 화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마 에뮬레이터로 메가드라이브 게임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한 두사람은 아닐 것이다.
(9) 예를 들어 폴리스노츠의 경우 삽입 동영상이 플스판이 24프레임, 3DO판이 30프레임인데, 화질도 대체로 3DO판이 더 좋다.
(10) 현재는 구글에 인수된 VP코덱을 만들던 On2 테크놀로지의 전신.